
이렇게나 좋습니다!
교회가 있는 대학로에는 공영 주차장이 있습니다. 4년 전에는 공터처럼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비가 내리고 나면 잡초들이 자라나 수북히 쌓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로 마을에는 집들이 들어오고 주변이 조금씩 자리를 잡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공영 주차장 자리는 여전히 잡초로 가득한 공터로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그 자리에 기둥이 세워지고 녹색 철망을 둘렀습니다. 풀들이 자리하고 있던 그 자리는 땅을 다진 후에 자갈로 덮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한참을 흘렀습니다.
땅을 다지고 자갈을 다시 덮은 후에 이번에는 아스팔트를 포장을 하는가 싶더니 비로소 주차장의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남은 것은 주차장을 감싸고 있는 녹색 철망이었습니다.
다 좋은데 녹색 철망이 문제였습니다. 우선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오래 전부터 있던 것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다시 주차장에 인부들이 등장했습니다. 공사가 다 끝난 것 같은데 인부들의 모습이 보이니 다소 의아했습니다. 작업은 며칠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나타난 모습은 녹색 철망이 없는 주차장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이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던 녹색 철망이 사라진 주차장은 말끔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녹색 철망 같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도 녹색 철망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있어서 내 것처럼 보이지만 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녹색 철망을 치우십시오. 이렇게나 좋습니다!
김종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