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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목사님 아니면 어디로 가겠어요?


교육관에 있는 커피가 든 봉투를 보았습니까? 여러 가지 종류가 섞여 있고, 커피를 담은 봉투도 낡아서 꾸깃꾸깃합니다.

그 봉투가 온 것은 2주 전입니다. 들고 오신 분들은 두 분의 할머니입니다. 봉투를 볼 때마다 할머니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할머니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한국 사회를 두렵게 할 때입니다. 메르스 여파로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게 되었지요. 그 때, 아파트의 경로당도 모임을 중단할 정도였습니다.

그즈음 어느 주일, 두 분의 할머니께서 교회에 오셨습니다. 운동 삼아 산책을 하다가 평소 눈여겨보던 교회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반갑게 맞이했고, 예배 후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그 이후 정기적인 참여는 아니었지만 주일예배에 오셨습니다. 어느 때는 웰빙타운에 계시던 경로당 동료가 대학로 쪽으로 이사하게 되었다면서 교회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오실 때마다 그 넉넉한 웃음은 덤이었습니다.

봉투가 온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주일예배를 준비하던 토요일 오후, 교육관 문이 열리면서 할머니들의 웃음 섞인 음성이 들렸습니다.

산책 겸 나왔다면서 교회에서 좀 쉬었다가려고 들렀다 말씀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다는 목사의 인사에 ‘우리가 목사님 아니면 어디로 가겠어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큰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무심한 듯 내미는 손에 낡은 봉투가 들려 있었습니다. 우연히 들른 것이 아님을 그때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오시면서 뭐라도 가져갈 것이 없는지 챙겨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작고 낡은 봉투 안에 담긴 것은 교회를 향한 할머니들의 애정이었습니다. 그 사랑이 고맙습니다.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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