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과 겨울과 봄과 여름을 지나는 동안
요즘은 3층 엘리베이터 앞에 설 때나 내릴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4개의 화분 중 붉은 동백나무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 그 기록적인 폭염에 사람도 힘들었지만 동물도, 식물도 모두 힘들었지요. 너무 더우니 나무들도 잎사귀도 마르고 줄기도 말라갔습니다.
나무들은 실외에 있어야 제대로 자라는데, 보다시피 실내 안의 환경이 자라기에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겨울은 겨울대로 힘들고, 여름은 여름대로 힘든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붉은 동백나무의 가지 끝에 좁쌀만 한 것이 살짝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잎사귀려나 생각하고 무심히 넘겼지요.
한참을 지나 다시 보았을 때는 꽤 커져 있었습니다. 그 때도 이것이 꽃망울일 거라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이것이 꽃망울인가 싶습니다. 아직 때가 여름 끝, 가을 초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이것은 꽃망울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새잎이 나오는 모양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처음 우리 교회에 올 때가 생각납니다. 작년 가을이 좀 지날 때였지요. 그 때는 온 몸이 꽃망울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제 곧 붉디붉은 동백꽃을 보겠구나 싶어 설레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설렘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한 송이의 꽃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 많던 꽃망울이 모두 떨어져버렸습니다.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꽃을 볼지도 모릅니다. 가을을 지나고, 겨울을 지나고, 봄을 지나고, 여름을 지나면서 맺힌 꽃망울이기에 더욱 기다려집니다.
한 나무의 인내가 열매를 맺습니다. 한 사람의 인내도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지난 여름 내내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인내하면 열매를 추수할 수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힘내세요.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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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