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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손가락


화분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놓으셔야 해요. 꼭이에요. 바람을 잘 드나들도록 해야 해요.’

화분을 구입할 때 화원 사장님이 신신당부 했던 말입니다. 그렇게 신신당부 했건만 언제 들었느냐는 듯이 잊어버렸습니다.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 말이었는데 잘 지키지 못했습니다.

특히 바람에 민감하다던 ‘알로우카리아’는 우리 교회에 온지 불과 2개월이 못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꽃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무성한 줄기와 잎사귀를 자랑하던 ‘벤자민’도 겨우내 고생하다가 결국은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얼마나 아쉽고 또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환경이 달라졌다지만 관리를 제대로 못한 까닭이 더 컸습니다. 겨우내 춥다는 이유로 문을 꼭 닫아놓아 바람이 통하지 못하게 해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토요일 마다 화분에 물이 흥건합니다. 잎사귀에도 물방울들이 이슬처럼 달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양쪽 복도 끝의 문도 열려 있습니다.

제 대신 화분 관리를 맡은 지체가 다녀간 것입니다. 섬세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양쪽 열린 문으로 바람이 들어옵니다. 이곳저곳 복도를 다니다가 화초를 발견할 것입니다. 바람은 반가운 마음에 손가락을 펼쳐 화분에 심겨진 나무를 쓰다듬어 줄 것입니다.

줄기와 가지와 잎사귀들을 만져주겠지요. 특히 새롭게 돋아난 연한 초록빛 아기 잎사귀들의 볼을 쓰다듬어 줄 것입니다. 마치 오래 동안 그 시간을 기다린 것처럼 말입니다.

화초에게 바람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에게도 필요한 바람이 있습니다.

성령의 바람입니다.

그 바람이 들어오도록 마음의 창문을 열어 놓으세요. 그리고 손가락을 펼쳐 당신을 쓰다듬을 수 있도록 영혼을 맡겨보세요. 새로운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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