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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과연 봄은 꽃피는 계절입니다. 고개를 들어 한 바퀴만 돌아보아도 온갖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도로변에 심겨 있는 벚나무에는 저리도 깊을 수 있나 싶을 만큼 깊은 하얀빛을 뿜어내는 벚꽃이 만발합니다. 작은 개울가에 심겨진 개나리에 피어난 노란 개나리꽃은 개구쟁이 어린이들의 짓궂은 웃음을 닮았습니다.

작은 동산에는 어김없이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나무줄기 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내민 진달래꽃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건물 앞에 심겨진 백목련이 피어낸 목련꽃은 그 빛깔과 자태만으로도 우아함을 뽐냅니다.

거리에서 보는 꽃들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화사해지고 찬란해지는데 꽃들로 가득해 축제를 벌이는 곳에 가면 얼마나 더 찬란할까요.

갖가지 꽃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취해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뭔가 아쉬웠어요. 하늘이 회색빛이었거든요.

그렇게 하늘을 뿌옇게 만들어 버린 것은 미세먼지였습니다. 하늘 공간에 가득 찬 미세먼지는 꽃들을 더욱 빛나고 찬란하게 만들어 줄 태양빛도 가렸습니다.

얼마든지 더 맑고, 얼마든지 더 빛나며, 얼마든지 더 찬란할 꽃들의 자태가 미세먼지로 인해 그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주 작은, 표기법도 생소한 ㎛(‘마이크로미터 혹은 미크론’이라 읽는다 하네요), 100만분의 1에 불과한 크기의 먼지가 모이고 모이니 하늘을 잿빛으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뿐만 아니라 꽃들의 자태도 가리고 태양빛도 감추어 버렸습니다.

우리들의 영혼이야말로 맑고 빛나고 찬란하게 지어졌지요. 세상에 현존하는 어느 꽃보다 더. 때때로 그 영혼에 미세먼지가 덮치면 맑음과 빛남과 찬란함이 사라지고, 아름다움을 잃습니다.

그러고 나니 더욱 더 간절해집니다.

당신의 영혼이 맑고, 빛나고, 찬란해지길.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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