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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속에 꽃이 있습니다


사무실에 새 가족이 들어왔습니다. ‘왁스플라워’라는 꽃입니다. 동그란 화분 위에 심겨진 이 친구는 뾰족한 잎사귀와 별모양의 탐스러운 꽃을 품고 있습니다.

녹색의 잎사귀와 자주빛 나는 꽃망울과 하얀색의 꽃잎이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잎의 모양이 솔잎을 닮고, 꽃은 매화를 닮았다고 해서 ‘솔매’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꽃은 향기가 없지만, 잎사귀에서는 피톤치드 향을 내뿜는다니 창문도 없고 향기날 일도 없는 사무실에 꼭 맞는 가족이 들어온 셈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사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먼저 눈이 가고, 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레 이 친구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제가 앉은 자리에서 11시 방향에 놓여 있으니 자연스레 목 운동도 하게 됩니다.

한 가족이 된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관심이 많이 가는 편입니다. 마치 교회에 새 가족이 오시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살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한 가족이 된지 며칠 지났는데 화분 곁으로 껍질 같은 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심코 넘겼지요. 손으로 쓸어 모아 휴지통에 버렸어요. 두 세 차례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이게 뭔가 더 살피게 되었어요. 이건 어디서 온 거지? 처음에는 이 친구에게서 떨어진지도 몰랐지요.

고개를 들어 화분 위의 꽃을 이곳저곳 살펴보았습니다. 아하! 그제야 찾았습니다. 이제 막 벌어진 꽃잎 끝에 껍질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화분 곁에 떨어진 껍질은 터지기 전의 꽃망울을 덮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껍질을 벗겨내야만, 그리고 떨어뜨려야만 꽃이 피어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껍질 속에 꽃이 있습니다. 영혼의 껍질을 벗겨내면 그 속에도 화사하고 탐스러운 꽃이 있을 것입니다.

무덤의 돌이 치워지고 부활의 꽃을 피운 것처럼.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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