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눈은 겨울눈이 아닙니다
아침에 나와 보니 자동차 지붕 위가 하얗습니다. 눈이 쌓인 겁니다. 분명 지난밤에는 눈이 아닌 비가 내렸었는데 새벽에 눈으로 바뀐 모양입니다.
이곳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심방을 위해 오른 고속도로 주변에도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눈이 여러 지역에 내린 것 같습니다.
겨우 내내 보던 눈은 보기만 해도 차가워서 몸이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 눈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도리어 낯선 손님을 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보았던 눈을 또 보았습니다. 눈은 눈인데 눈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이것은 무슨 느낌일까?
교회에 돌아오고 나서야 그 낯선 느낌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눈은 눈인데 눈이 아닌 것 같았던 까닭은 그 눈이 겨울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큰 추위가 찾아온다는 대한(大寒)이 지나고 내린 눈은 겨울눈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봄눈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눈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말입니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도 지나고,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雨水)도 지났습니다. 겨울이 끝나간다는 의미입니다. 곧 봄이라는 말입니다. 아니 이미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러니 눈이 내려도 겨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입니다. 이것은 경험이자 믿음입니다. 이 믿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눈이 내려도 이 믿음을 바꿀 수 없습니다. 눈이 내려도 겨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겨울은 끝났고 봄은 시작되었습니다.
만일 이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흔들릴 것입니다.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구나.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다시 겨울로 돌아갈 일이 없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봄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기대합니다.
믿음이야말로 내일의 시간을 기대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오늘의 눈을 보면서 깨닫습니다.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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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