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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02 03

당신도 꽃입니다


몇 주 전에는 살갗이 에일 만큼 추웠는데, 이번 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포근한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20도에 육박하는 기온만 놓고 보면 ‘이제 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것도 잠시, 기상 예보를 보면 또 다시 온도가 뚝 떨어진다고 하니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누구를 닮아서 이런 것일까요?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옷깃을 여미었다 풀기를 반복하고 있노라니 머릿속으로는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떠올랐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바람에 흔들리는 자그마한 꽃을 보는 시인의 감수성이 참으로 놀라우리만치 예리하면서도 따뜻합니다. 흔들리면서도 꽃은 피어난다는 믿음이 있다면 흔들리는 것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면서도 대지에 박힌 뿌리만 뽑히지 않는다면 꽃은 반드시 피어날 것이라는 시인의 마음이 고맙습니다.

겨우내 얼어 있던 사택 앞의 작은 화단도 다 녹아 무심코 밟았던 발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화단에 심겨진 꽃나무들의 꽃을 피워낼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인생이라는 광야에 온갖 바람이 불어옵니다. 어느 날은 미친 듯이 몰아치는 광풍이었다가, 또 어느 날은 살며시 볼을 만져주는 미풍이었다가 온갖 변덕을 다 부립니다.

당신도 꽃입니다.

지금은 흔들리지만 하나님의 대지에서 뽑히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아름답고도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 그 믿음이 있기에 오늘도 광풍이 불어올 땐 당신의 손을 꽉 잡고, 미풍이 불어올 땐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함께 그 바람을 맞습니다.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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