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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02 03

또 줄게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한 주였습니다. 7년 만에 찾아온 한파라며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거기다 어느 지역은 눈까지 겹쳐 대설특보도 내렸습니다. 실제로 제가 느끼는 체감기온도 뚝 떨어져서 온 몸을 둘러싸고 또 둘러쌌습니다.

사택에서 교회까지 걷는 시간은 약 5분 정도인데 새벽마다 걷는 이 거리가 꽤 멀게 느껴집니다. 까닭은 추위 때문이지요. 온 몸을 꽁꽁 싸매어도 어떻게 알았는지 틈 사이로 파고드는 찬 기운은 매섭기만 합니다. 모든 게 얼어붙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추워도 마냥 좋기만 했었던 것 같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채로 노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지요. 그렇게 놀다가 집에 들어가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랫목에 펼쳐진 이불 속으로 파고들면 세상을 품은 듯 좋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느 새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궂은 날씨가 되면 고향에 홀로 계신 아버님 생각이 먼저 납니다. 제 고향은 비는 얼른 지나가고 눈은 머문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눈이 많은 지역입니다.

주중에 걱정이 돼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눈이 많이 내려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계신다고 했습니다. 요즘 푹 빠져 동네 노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게이트볼도 못하게 되었으니 답답하셨겠지요.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양말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1년 양말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교인들도 우리 목사님 양말은 아버님 덕분에 안 해도 되겠다고 한다고.

그러자 아버님의 목소리가 이내 밝아졌습니다.

‘또 줄게. 열심히 모아서 또 줄게.’

옷깃을 파고드는 한파 때문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이 한 말씀에 싸악 녹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려서 찾아들었던 아랫목의 따스한 온기가 ‘또 줄게’ 이 한 마디 안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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