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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02 03

나는 똥목사입니다


때는 2014년 10월 마지막 주. 예배가 시작되었는데, 열린 문 사이로 낯선 자매와 그녀의 아이인 듯 한 어린이가 보였습니다. 복도를 서성이는데 교회에 온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습니다. 잠시 후 <자작나무숲>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예배당 로비를 지나 자모실에 들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예배를 드리러 왔음을 알았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할 때 또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첫 만남을 갖고 헤어졌습니다. 한 주 다녀가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가정도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주. 이 가정이 또 왔습니다. 이번에는 아이 아빠도 같이 왔습니다. 아빠는 아이와 똑 같았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닮았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일치를 보이는 부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날도 예배를 드리고, 점심 교제를 나눈 후 헤어졌습니다. 다음 주에도 또 오려나 하는 기대가 되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 다음 주에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교회를 보러 왔구나. 작은 교회에 실망해서 오지 않았구나.

그 다음 주, 2014년 11월 15일. 이 가정이 아주 밝은 모습으로 다시 왔습니다. 자모실에서 아빠와 엄마, 아이가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점심 교제를 하며 교회의 한 가족이 되기로 했고,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회에 호감을 갖고 등록하게 된 사연이 기가 막혔습니다.

교회에 온 첫 날. 아이가 자모실에서 똥을 쌌답니다. 엄마 눈에는 이것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동안 다녔던 이전 교회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 주에 일어났습니다. 그 날은 똥을 두 번이나 쌌습니다. 이 일로 엄마의 마음은 활짝 열렸고, 이사로 교회가 멀어졌는데 아이가 이렇게 편안해 한다면 교회를 옮겨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똥은 우리를 한 가족이 되게 했습니다 .

이야기를 듣고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교회는 무엇인가? 고단한 인생들이 영혼의 똥을 싸는 곳이구나. 목사는 무엇인가? 그 똥을 치우는 사람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똥목사가 되어야겠구나.

이후 이 가정은 하나님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고, 나는 똥목사가 되었습니다. 은혜의 통로가 되어준 똥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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