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상을 돕는 글(12/12)
어째서 악마는 예수에게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분을 공격했을까요? 왜 악마는, 유다를 통해서, 예수를 십자가 형틀에 넘겼을까요?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신 예수님의 죽음은, 그분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꼈을 것을 제외하면, 악마의 목적을 이루는 데 아무 보탬도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예수를 배반하고 공격하라고 악마에게 명령을 내리시지 않았을 거예요. 하나님의 계획은 악마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 분, 하나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그런 것이거든요. 실제로 모든 일이 악마가 뜻했던 바와 정반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스도를 공격하고 배반함으로써 악마는 그분의 선하시고 거룩하심을 천하에 드러내면서 동시에 자신의 악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지요. 이 말은 좀 이상하게 들릴는지 모르겠습니다. 악마가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우리는 악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문제는 악이 선으로 위장하기를 잘 한다는 점입니다.
유다를 생각해봅시다. 예수께서 전도 활동을 시작하시던 초기에 그는 매우 충성스럽고 열정적인 제자였어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었지요. 하지만 악한 생각들이 차츰 그의 중심에 스며들었고, 마침내 권력과 재물에 대한 탐욕의 불길이 그를 삼켰던 것입니다. 그래서 스승을 파멸시킬 기회가 생기자 그 기회를 잡았던 거예요.
유다는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악이 어떻게 제 일을 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를 십자가에 죽이도록 허락하심으로써, 악으로 하여금 제 실체를 드러내게 하신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겠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톰, 『단순하게 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