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상을 돕는 글
그리스도의 몸을 영예롭게 해드리고 싶습니까? 그렇거든, 그분의 벗은 몸을 경멸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교회에 올 때 가장 좋은 비단옷을 골라 입고 옵니다. 그런 식으로 그리스도를 영예롭게 해드리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차려입고서 교회로 오다가 거리에서 벌거벗은 거지를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습니까?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주지 않고서, 좋은 옷 차려입고 주님의 식탁에 앉는 것은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거지의 몸이 그리스도의 몸이기도 하니까요.
그리스도의 피를 영예롭게 해드리고 싶습니까? 그렇거든, 그분의 목마름을 외면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를 담는 아름다운 황금 잔을 교회에 헌물로 바칩니다. 그런 식으로 그리스도의 피를 영예롭게 해드리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예배드리러 오는 길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구걸하는 거지들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나요? 여러분 식탁에 있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지 않고서, 주님의 식탁에 황금 잔을 놓는 것은 결코 잘하는 일이 아니올시다.
우리가 교회에서 행하는 모든 예배 의식은,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를 교회 바깥 현장에서 그대로 실천하지 않는 한, 한낱 속임수 허풍일 따름입니다. 위선자가 되느니 아예 처음부터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더 낫습니다. 그러면, 믿지 않는 자들 앞에서 복음을 더 더럽히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요한 크리소스톰, 『단순하게 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