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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칸으로 된 계단을 오르며


경기대학교에는 세 개의 문이 있어요. 기존의 정문격인 서문, 후문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메인 문이 된 것 같은 광교 방향으로 난 서문, 그리고 광교(경기대)역이 개통되면서 열린 중문이 있지요.

우리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문은 가장 늦게 열린 중문이에요. 산책길의 방향을 경기대쪽으로 잡으면 중문 쪽으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답니다.

어떤 일의 장단점이 있다는 말로 많이 사용되는데요. 동전의 양면이 있다지요.

중문을 선택하면 우선 빨라서 좋아요. 덤으로 얻는 것은 그 길 양 옆으로 심겨진 나무들의 향을 맡을 수 있다는 거지요.

이쯤 되면 덜 좋은 것도 있겠지요. 75칸을 올라야 하는 계단이 있어요. 생각하기에 다를 수 있지만 계단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지요.

그렇게 앞에 버티고 선 계단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러고 보니 계단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밟을 때마다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만일 계단이 없었으면 더욱 가파른 언덕이었을 텐데 계단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오르게 되었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계단을 하나 하나 딛고 오르면서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것도 좋고, 바람이 불면 말이라도 걸어오는 듯 느껴지는 나뭇잎사귀들의 나풀거리는 손짓도 좋아요.

오르막길은 숨이 차서 힘들지만 항상 오르막길만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오르막길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숨이 차올라 힘들 때는 잠시 멈춰 서서 손짓하는 나뭇잎사귀를 바라보세요.

무엇보다 그 오르막길 위에 나만 홀로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세요. 그대가 밟고 오르는 그 자리는 이미 누군가 먼저 밟은 사람이 있었음을, 먼저 그 길을 걸은 그 사람이 지금 그대 곁에 있음을 안다면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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