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의 연(鳶)
이번 추석에 만난 가을 하늘은 그야말로 청명(晴明)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고, 푸르고, 맑았습니다. 언제 여름이 그렇게 뜨거웠냐는 듯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오랜 만에 모인 가족들은 여유로운 추석 오후를 보냈습니다. 동생 목사가 어디선가 연(鳶)을 가져왔습니다. 가오리연, 방패연 두 종류였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관심을 가졌고 이내 학교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곧 돌아왔습니다. 연의 만듦새가 부실해서 가오리연은 꼬리가 금방 떨어졌고, 방패연은 균형을 잡지 못해 하늘을 날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실망했습니다. 저 푸른 하늘을 높이높이 날 것만 같았던 연이 자꾸만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불만은 아빠들에 대한 칭얼거림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 할아버지가 나섰습니다. 먼저 가오리연의 끊어진 꼬리를 다시 연결해주었습니다. 그것도 끊어지지 이번에는 아예 꼬리를 새롭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방패연은 아예 해체해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방패연을 해체해서 가오리연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종이가 아닌 비닐 포장지를 이용해서 쉽게 뜯어지지 않는 튼튼한 연으로 만들었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가오리연은 청명하고 푸르른 가을하늘을 마음껏 날아올랐습니다.
추석에 만난 할아버지는 특별했습니다. 손주들의 간절한 눈빛에 할아버지는 무엇이든 해주실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추석에 만난 할아버지를 보면서 하나님의 마음과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라라(예레미야 33:3).’
김종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