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에도 맛이 있습니다
간혹 맛집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슴이 싱숭생숭 할 때가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들키고 마는 것이지요.
굳이 비싼 요리가 아니어도, 유명한 식당이나 요리사의 음식이 아니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제가 누리는 호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해준 음식에는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나중에 몇 번씩 더 가고는 하지요. 물론 다녀올 때는 조용히 다녀옵니다.
그러다가 오랜 동안 못가고 오랜 만에 생각이 나서 다녀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맛이 살짝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식당 이름도 그대로이고, 메뉴도 그대로인데 맛이 달라져 있는 겁니다.
그럴 때는 둘 중 하나입니다. 주인이 바뀌었거나 주방장이 바뀐 것입니다. 옛 맛이 그리워서 찾았는데 맛이 달라져 있을 때 찾아오는 실망감은 자못 큽니다.
건물도, 이름도, 음식도 아무리 그대로 이어받았어도 맛이 달라지는 것은 막을 길이 없습니다. 비슷하게 흉내를 낸다 할지라도 그대로 같을 수는 없습니다. 맛을 빚어내는 손의 주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생도 음식에 비유한다면 맛이 있습니다. 어떤 인생은 맛깔 나는 감칠맛을 내고, 어떤 인생은 안타깝게도 쓴 맛을 냅니다.
모든 인생이 맛깔 나는 감칠맛을 내는 인생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저마다 인생이라는 음식의 주인이 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위한 최고의 요리사가 있습니다. 그에게 맡기면 최고의 맛을 내는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김종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