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살아 있었구나!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화분 중 항상 마음이 쓰이는 나무가 있습니다. 다소 앙상하게 보이는 흰 동백나무입니다. 두 줄기가 한 줄기는 말라서 버렸습니다.
남은 한 줄기도 적응을 잘 못했는지 잎사귀가 마르고 줄기가 마르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 마르는 잎사귀도 줄어들고 줄기도 더 이상 마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가을 쯤 한 쪽 줄기에서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에는 반대쪽에서 새잎이 뻗어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앞선 잎사귀처럼 곧 뻗어 나올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주 두 주가 흐르고, 한 달 두 달이 흐르고, 결국은 겨울을 넘겼습니다.
말라버린 것인가? 마른 것 같기도 하고, 안 마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가늠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날씨가 풀리고 찬 공기가 차갑게 느끼지 않을 때 복도의 문을 열었습니다. 겨우내 답답했던 공기를 빼내고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게 했습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마른 것인지 마르지 않은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던 그 잎사귀가 벌어졌습니다. 아기 피부 같은 연한 새순이 그 안에서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며칠을 더 지켜보았습니다. 나날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마른 줄만 알았던 그래서 죽은 줄만 알았던 그 마른 잎사귀 안에는 새 생명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 살아 있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죽을 때까지는 죽은 것이 아닙니다. 가지에 붙어 있으면 삽니다. 오늘도 그렇게 새 생명을 기다립니다.
김종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