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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깃드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이제 봄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절기로도 오늘은 춘분(春分)입니다. 기온도 올라가서 사람들의 옷차림도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두꺼운 옷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봄의 싱그러움은 거리를 오가는 젊은이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 모습은 참으로 발랄합니다.

사택에서 내려오면 건물에 딸린 아주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그 정원의 중앙에는 제법 큰 나무 두 그루가 있고 그 주변으로는 작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큰 나무라고 했지만 줄기도 얇고 그 줄기에 붙어서 뻗은 가지는 앙상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더 얇습니다.

그런 모습 때문에 겨우내 주목받지 못하고 천덕꾸러기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며칠 전 제 시선을 붙잡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그 정원과 나무를 무시하듯 지나쳐 주차장에 서 있던 자동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여느 때처럼 시동을 걸고 무심코 정면을 바라보았는데, 바로 그 앙상한 채로 서 있는 나무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뭔가 까맣고 조그만 것이 그 앙상한 가지 위에 있는 것이 보였어요. 가만히 보니 조그마한 새 한 마리가 그 가지 위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세차게 불어도 부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던 가지였는데, 볼품없는 모습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고 늘 무시당하듯 존재감도 없던 나무였는데 작은 생명 하나가 그 몸을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머물 듯 했던 새는 이내 날아갔고, 남은 나뭇가지는 새의 발길질 때문인지 아니면 바람 때문인지 다시 흔들렸습니다. 가지에 깃들어 잠시 쉬고 갔던 새의 여운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교회는 볼품없게 느껴지는 저 앙상한 가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듯이 그렇게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러면서도 깃들기 위해 찾아드는 조그맣고 연약한 새 같은 영혼들에게 쉼과 위로와 평안의 팔을 내어주는.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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