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장님의 인사
우리 교회가 있는 오피스텔에는 관리실이 있습니다. 소장님 한 분, 부장님 두 분, 미화하시는 분 두 분. 매일 상주하시는 분은 이렇게 다섯 분입니다.
부장님 두 분은 24시간 근무하시면서 교대하시는 분들이고, 다른 분들은 매일 출근하십니다. 두 분의 부장님 중 한 분은 처음부터 근무한 분이고, 정부장님이라고 불리는 한 분은 올 해 초부터 근무하셨습니다.
정부장님의 첫 인상은 좀 딱딱했습니다. 마주쳐도 본척만척 했습니다.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정부장님의 표정이 달라지셨습니다. 한껏 부드러워지셨고, 먼저 인사를 건네시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살짝 당황했습니다. ‘저런 분이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점점 저의 어색함도 풀렸습니다. 저와 정부장님은 이제는 서로를 보면서 아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걱정해주는 관계가 된 듯 합니다.
가장 압권은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끝이었습니다. 아직 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가을을 부르는 꽃들이 피었을 때입니다. 그 꽃 앞에서 저와 마주치자 정부장님은 이렇게 한 마디를 했습니다.
‘목사님, 계절은 가을로 가고 있는데 더위는 아직도 머물러 있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정부장님 안에 감춰져 있던 감성이 너무나 따뜻했기 때문입니다. 그 날 이후로 정부장님과 저 사이에 있던 벽이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멀리서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벽을 허물면 상대방의 진심이 보입니다. 진심은 따뜻하고, 푸근합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그대의 진심을 보고 싶습니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태복음 18:18)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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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