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상을 돕는 글(12/5)
때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광야에선 그분의 신성이 식욕과 다른 욕망들을 다스렸지만 평소엔 그분의 인성이 굶주림과 고단함을 느꼈다고, 그렇게 말하지요. 그분의 신성은 병자들을 고쳐주었고 다른 많은 기적들을 일으켰지만 그분의 인성은 기적을 일으킬 때마다 당신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는 겁니다. 그분의 신성은 십자가에서 인류를 구원했고, 그분의 인성은 십자가에서 극심한 고통을 견여야 했다고, 그렇게도 말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그분의 신성과 인성을 구분하는 게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실제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인격(person) 안에서 확연히 다른 두 요소를 볼 수 있는 겁니까?
자기를 들여다볼 때 우리는 거기에서 육신의 얼굴과 영혼의 얼굴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때로 우리네 인생이라고 하는 것이 주도권을 잡으려고 서로 싸우는 두 얼굴의 전쟁터와 같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혼의 얼굴이 육신의 얼굴을 무찔러 파멸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보다 우리는 둘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해요. 육신의 욕망이나 소원은 억압당하거나 무시당해야 하는 것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혼이 주도한 도덕의 틀 안에서 충족되어야 하는 거예요.
우리는 같은 식으로 그리스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분의 신성이 인성을 정복하고 파멸시켰느냐는 것은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의 살과 피로 어떻게 하나님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가,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그 방법을 보여주신 겁니다.
-요한 크리소스톰, 『단순하게 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