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상을 돕는 글(10/31)
죄인에는 두 종류가 있거니와, 그 하나는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도록 심리적으로 눌려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머리와 가슴은, 아마도 지난날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 범죄를 스스로 억제하기 힘들 만큼 뒤틀리고 일그러져 있지요.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정신적 질병에 속합니다. 우리는 육체의 질병을 다스릴 때와 같은 연민과 각오로 그들을 치료하고자 힘써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도덕적 나태함 때문에 죄를 범하는 자들이에요. 그들은 유혹에 저항할 하지도 않고, 자신의 욕망과 본능으로 하여금 행동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이런 종류의 죄인들은 관대한 처분을 기대할 수 없겠지요. 범죄 행위를 중단할 능력이 본인에게 있느니만큼, 죄를 계속 짓는다면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가장 무서운 범죄라 할 살인에 대하여 생각해봅시다. 특별한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고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인 그런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로 말미암아 희생된 이들을 동정하는 것과 똑같이 우리는 그들에게도 동정심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들이 같은 범죄를 되풀이하지 못하도록 막아야겠지만, 그들을 가혹하게 대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러나 어떤 사악한 동기-예컨대, 돈을 빼앗으려는-를 품고서 계획적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본인에게 있는지라, 그런 자는 동정을 받을 자격도 없거니와 엄한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요한 크리소스톰, 『단순하게 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