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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02 03

목사의 길


새벽길을 걷습니다. 입김이 하얗게 나옵니다. 두 손을 주머니에 깊이 집어넣고 나오는 길은 항상 그대로입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와 아직 빛이 비춰지지 않은 길을 걷습니다.

빛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잠시 후 빛이 비추어질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과연 몇 걸음 옮기지 못해 밝아졌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벽길을 걷는 그 시간에 그 빛은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밝은 길입니다.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가로등이 비추는 불빛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 반갑습니다. 가로등 불빛은 새벽길의 친구입니다.

고개를 숙여 발밑을 바라봅니다. 발밑에는 보도블록이 깔려 있습니다. 빼내지 않는 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발이 빠질 염려가 없습니다.

대개는 반듯하게 박혀 있지만 어떤 녀석은 오른쪽이 눌려 있거나 왼쪽이 눌려 있어서 삐뚤게 박혀 있습니다. 그 녀석을 밟을 때는 살짝 미끄러집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보도블록의 길이 끝납니다. 새벽 길동무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불과 1~2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 동무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습니다. 빛의 길을 걸었고, 단단한 길을 걸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목사의 길.’

우리들의 성소가 여기에 있는 한 이 길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목사의 길’을 걸으면서 그날의 말씀을 묵상하기도 하고, 어느 성도의 기도제목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럴 땐 자연스레 그 성도의 얼굴도 떠올려집니다. 그 성도와 함께 걸으며 간절히 기도하는 그 길은 이내 기도의 성소가 됩니다.

오늘도 그 길 위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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