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오는 인생의 계절을 준비하세요
건물 뒤편에 교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있습니다. 교회 이름과 하나님의 사랑과 40일 말씀양육과 성경통독을 알리는 내용입니다. 폭 1.2m, 길이 5m의 제법 큰 현수막입니다.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았습니다. 한 해가 시작되면서부터 걸려 있었으니 곳곳에 계절의 변화의 흔적이 배어 있습니다.
처음 걸렸을 때는 참 깨끗했습니다. 글씨도 잘 보였습니다. 아마도 여름 전까지는 그 모습을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짧은 장마와 찌는 듯한 더위를 겪기 전까지는 본래의 모습을 그래도 잘 간직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현수막이 여름을 지나면서 색깔이 바래기 시작했습니다. 진한 노랑빛이 누렇게 변하다가 마침내는 색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색들도 마찬가지였구요.
이곳에서 세 번의 여름을 지나다보니 이제는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이 지나면 현수막을 교체해야 할 시점이 됩니다. 두 번의 여름을 지나고 세 번째 여름이 되어서 얻게 된 경험입니다.
그래서 현수막을 새로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교회를 다시 알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가을의 저녁기도회를 알릴 현수막이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예배를 위해 교회에 나오던 지난 주 어느 날, 아마도 금요일쯤 되었을 것 같습니다. 현수막이 걸렸던 자리가 허전한 것입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나와서 확인해보니 교회 이름 현수막이 떨어졌습니다. 너무나 낡아서 바람이 조금 세게 부니 잘려서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있었지만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현수막을 이미 준비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낡은 현수막을 다 철거하고 새 현수막을 걸면 됩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렇게 갑작스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인생의 계절을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편 90:12).’
김종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