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삶을 덮고 있는 나뭇잎을 살짝 들춰 보세요
지난 주 목요일, 숲속에 들어갔습니다. 기도가 필요했거든요. 멀리 갈 수가 없어 가까운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광교산에 기도원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목회를 시작한지 2년 만에 알았으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딱 저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광교저수지를 지나 5분 정도 올라가면 옆으로 난 길이 있고, 또 그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저수지가 나옵니다. 그 작은 저수지부터는 숲이 시작됩니다. 그 숲길을 다시 따라 올라가면 녹색 철문으로 된 기도원 입구가 보이죠.
<바울기도원>이라는 푯말이 없다면 산속 농원의 농가주택처럼 보이는 바로 그곳이 기도원입니다. 80세가 넘으신 장로님과 권사님이 그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안내를 받아 다시 기도원보다 높은 곳에 있는 목사관에 갔습니다. 이제부터는 숲입니다. 올라가는 길은 등산로라 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목사관에 비치된 책상에 앉았습니다. 책상 앞에는 작은 창이 나 있습니다. 그 창으로 보이는 숲은 작은 화폭 같습니다.
나뭇잎들이 서로 비비면서 내는 소리, 지나가는 새들이 내는 소리로 창이 가득 찼습니다. 이따금씩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빛이 반짝입니다.
울창한 나무들로 빽빽한 숲의 백미는 나뭇잎 사이로 그렇게 들어와 반짝이는 햇빛입니다. 숲이 아름답게 그 푸르른 녹색빛을 자랑하며 자랄 수 있는 이유는 그 위에서 쉴 새 없이 비춰주는 햇빛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 삶이 여러 문제로 인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는 왜 우울하기만 한가. 나는 왜 문제만 있는가. 나는 왜 이렇게 어두운가.
그럴 때 내 삶을 덮고 있는 나뭇잎을 살짝 들춰보세요. 그곳에는 여전히 반짝이는 햇빛이 있고, 그 빛으로 인해 나 또한 여전히 자라고 있음을 안다면 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에요.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시편 121:6)’
김종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