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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02 03

그 빨간 꽃이 보고 싶다


그 빨간 꽃잎이 보고 싶어 동백나무를 가져왔습니다. 벌써 몇 달 되었습니다. 처음 교회에 왔을 때 금방이라도 꽃을 피워낼 듯 온 몸에 꽃망울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그 빨간 꽃을 볼 수 있겠구나. 교회가 예뻐지겠구나. 교인들의 얼굴에도 함박 웃음꽃이 피겠구나. 잔뜩 기대를 했습니다.

꽃집에서 가르쳐 준대로 물도 주고 햇볕 드는 곳에 옮겨놓기도 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꽃이 피겠지.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그 빨간 꽃잎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기미가 보였습니다. 꽃망울 색깔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그 탱탱하고 탐스러웠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살짝 건드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그 탐스럽던 꽃망울이, 금방이라 빨갛게 화사하고도 농염한 모습을 보여줄 것만 같던 그 꽃망울이 ‘툭’ 떨어져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 금새 낯빛은 흙빛이 되고 마음은 얼어붙어 낙심이 되었습니다. 다른 것도 그런가? 살펴보니 다른 꽃망울도 상태가 비슷했습니다. 어째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 이후로 최선을 다해 돌보았습니다. 햇볕이 부족해서 이리 된 것 같아 햇볕이 드는 복도 끝 창 쪽으로 옮겼습니다. 물을 너무 자주 주었다는 말에 물주는 간격을 더 늘렸습니다.

결국 그 좋았던 꽃망울은 모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엔 말라 버린 자국만 남았습니다. 기대감은 아쉬움으로 바뀌어 ‘꽃망울이 맺히긴 할까?’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새싹이 올라왔습니다.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환경이 바뀌어 이전 꽃망울은 다 잃었지만 그 추웠던 시간을 꿋꿋하게 인내하여 새순을 길러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정말 그 빨간 꽃을, 그 화사하고도 농염한 꽃잎을 볼 날도 멀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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