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가정용 관상수에서 바나나가 열렸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예전에 없던 일입니다.
길가에 심겨진 나무의 잎사귀조차 더운 듯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바람도 한 점 없다는 말입니다. 때로는 나뭇잎마저도 지친 듯 축 늘어져 보입니다.
바람이 불면 늘어진 나뭇잎도, 기운을 일었던 가지도 다시 흔들립니다. 흔들린다는 것은 생기가 있다는 말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새벽녘에는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감싸 안아 줍니다. 그대로 향기를 찾아 따라가면 이내 그 출처를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향기는 은은합니다. 나무 그 자체가 지닌 향기입니다. 하지만 진한 향기를 내뿜을 때도 있습니다. 진한 향기는 상처로부터 나옵니다. 넘치는 그 향기는 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벗겨진 나무줄기에서는 진물이 흘러내리지만 대신 향기가 진합니다. 큰 바람이 지나간 숲에서는 이렇게 상처 입은 나무들이 풍겨내는 향기로 진동합니다.
살아가면서 상처가 없을 수 없습니다. 벗겨진 곳에서는 진물이 흘러내리고 쓰라립니다. 그때마다 고통도 동반합니다.
어떤 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어떤 이는 극복하기 위하여 투쟁합니다. 그러다가 탈진하여 쓰러져 누워버립니다.
그대를 위한 가장 큰 상처가 있습니다. 십자가입니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입니다. 그대를 위한 가장 진한 향기가 있습니다. 부활한 빈 무덤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입니다.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고린도후서 2:15).’
김종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