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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약한 곳에서 새잎이 돋습니다


며칠 전, 꽃집에 들렀습니다. 만난 지 2년이 된 이곳의 이름은 ‘떨기나무’입니다. 우연히 만난 이후로 우리가 사용하는 꽃은 모두 여기서 씁니다. 복도에 놓인 나무들과 하얗게 핀 동백꽃도 여기서 가져온 것입니다.

봄이라서 더욱 그랬는지 꽃집의 풍경이 참 화사했습니다. 진열된 꽃들이 마치 손짓을 하고, 수줍은 듯 말을 건네고, 살짝 옷깃을 붙잡는 듯 했습니다.

사장님이 한 얘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봄에는 모든 나무, 모든 꽃에 새잎이 돋아나요.

돌아와서 복도에 놓여 있는 나무를 살폈습니다. 과연 연한 초록빛을 띤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진한 녹색의 잎사귀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경이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며칠 사이, 연한 새잎은 훌쩍 자랐습니다. 자라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바라봐 주기를 원하는 듯 제각각 팔을 활짝 편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렇게 보고 있자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새잎은 가장 약한 곳인 줄기의 끝에서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안쓰럽고 위태롭게 느껴졌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요?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연한 초록빛의 어린 새잎이 대견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습니다.

대견한 것은 겨울을 잘 지냈기 때문이고, 사랑스러운 것은 보드라운 살결 때문이고, 아까운 것은 곧 자라나 진한 빛을 띤 어른 잎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약한 곳에서 새잎이 돋아납니다. 단단한 곳엔 새잎이 없습니다. 단단해서 어린 새잎이 뚫고 나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약함을 부끄러워했던 것이 도리어 부끄러워졌습니다.

약함이 생명을 품습니다.

 

김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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