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먼저, 가장 늦게
지난 주, 동백꽃 한 송이가 곱게 피어났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꽃입니다. 네 개의 꽃망울 중 두 번째로 빨리 맺혔던 것입니다. 꽃도 그렇게 빨리 피어날 줄 알았습니다.
짙은 녹색빛 잎 사이로 피어나는 빨간 꽃이 그렇게 강렬할 수 없습니다. 자연스레 눈이 갑니다.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게 하는 것 같고, 또 걸음을 멈추게도 합니다.
가장 먼저 피었던 것은 가장 늦게 맺혔던 꽃망울입니다. 깜짝 놀랐었죠. 그 꽃망울은 잎사귀에 가려져 있어 맺힌 지도 몰랐었던 것이었어요.
꽃망울이 맺힌 순서대로 꽃도 필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단순하지요.
어떤 일이든 순서대로 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잘 될 것처럼 예상했던 일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잘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일이 예상의 범위를 넘어가면 사는 일이 너무나 힘들겠지요. 대개는 순서대로, 예상대로 되지만 몇몇 일은 꼭 그렇게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많이 속상해 합니다. 그러면 마음도 상하고, 그 상처가 깊으면 몸도 상하게 합니다.
지난 한 주 동안 그대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습니까? 혹시 속상해 할 만큼 잘 되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까? 그래서 마음이 상했습니까?
그렇다면 기억하세요. 가장 먼저 맺힌 꽃망울이 가장 늦게 필 수도 있다는 것을.
김종균